资源描述
우연 vs 필연
클래식
CLASSIC
시나리오, 감독:곽재용
프롤로그교정
(비디오 레코더의 모니터 화면-
한 남자가 잡히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듯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지혜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혜준비됐죠?
(끄떡이는 남자.)
지혜하나, 둘, 셋! 시작하세요.
남자...응 거의 십 년 전이었을 걸... 길을 가다 보니까 어린애가 혼자 울고 있더라구... 주위엔 사람들이 많았는데도 누구 하나 관심 갖고 물어보는 사람이 없는 거야... 결국 내가 그 애 한테 물어보니까 그 앤 아빠하고 같이 나왔다가 혼자 떨어지게 된 거더라구. 그래서 난 그 애가 어느 무용학원에 다니는 걸 알아내곤 114로 전화해서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그 앨 집으로 보내줄 수 있었지... 그때 난 결혼 전이라 애가 없었는데... 재작년에... 우리 네 살 짜리 애가 행방불명된 거야... 둘째 애가... 딸인데... 만 세 살 하고 2개월 정도였지 아마... 하여튼 애 잃어버렸다고 난리가 났지 뭐. ...경찰서에 신고도 하고 하루를 꼬박 찾았는데 찾질 못했어...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온 거야. 어느 고마운 사람이 길거리에서 헤매는 우리 애를 찾아서 데려왔다는 거야... 얼마나 기뻤는지... 근데 그것 참... 우리 애를 찾아줬던 사람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그 사람이 바로 십년전에 내가 찾아줬던 그 어린애의 아빠였어. ... 이런 기막힌 우연이 또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해.
(화면이 꺼지며
-F.O-)
1. S#.지혜의 집
(-F.I-
바로크 시대 음악이 흐르며-
담쟁이 넝쿨이 담장을 감싸고 지붕에서 비둘기 소리가 들리는
클래식한 집.
햇살이 화사하게 들어오고-
뒷 창문을 여는 지혜, 끼기긱 소리에 소름이 끼친 듯 눈을 움찔 감고 진저리를 친다.
앞 창문을 열자 창가에 앉아있던 비둘기들이 후드득 날아가고-
지혜는 털이개를 잡고 먼지를 털기 시작한다.
쿨럭쿨럭 기침을 하며 청소를 하는 지혜)
지혜(혼잣말)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엄마는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셨다. 난 오래 전에 혼자가 된 엄마가 재혼을 하길 바라지만, 엄만 그렇지 않은가 보다. 번듯한 아빠 하나 키우고 싶었는데... 엄만 혼자가 좋다고 하신다.
(창가에 앉은 비둘기들을 털이개로 쫓아버리고 창밖을 내다본다.
멀리 도심 위에 떠있는 희미한 무지개.
지혜, 신기하면서도 경이로운 표정으로 무지개를 바라본다.)
지혜옛날... 어린 시절에 강 위에 떠있던 커다란 무지개를 본 적이 있다. ...그때, 엄만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지개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이야. 사람이 죽으면 무지개 문을 지나서 천국으로 가는 거란다.’
(턱을 괴고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는 지혜)
지혜내 이름은 지혜, 혈액형은 O형.
(인터 컷- 초등학교 교실, 간호사가 현미경을 보더니 O형! 하고 말한다. 주변에서 낄낄 웃는 어린 아이들. ‘여잔데 O형이래!’)
지혜좋아하는 색은 겨자색...
(인터컷- 횟집, 겨자를 간장에 뭉개고 있는 지혜.
‘내가 좋아하는 색이야. 근데 겨자는 싫어.’ 라고 말한다.)
지혜일곱 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지만 실전에 써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인터컷- 태권도장, 나무판데기를 들고 있는 남자들이 보이고 지혜가 발과 주먹으로 판데기를 쩍 쩍 깬다. 마지막으로 지혜의 발이 판데기를 깨고 남자의 얼굴을 강타한다. 코피가 줄줄 흐르는 남자. 지혜, 미안한 얼굴로 ‘괜찮아요?’하고 말한다.)
-타임컷-
(자기 방에서 보지 않는 책들을 잔뜩 쌓아서 들고 나오는 지혜.
다락문을 열고 들어가 쌓아 놓는다.)
지혜난 오랜만에 혼자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아침에 혼자 밥을 챙겨먹고 청소를 하다보니까 마치 과부나 독신녀가 된 느낌이다.
(지혜, 돌아서 나오다가 문득 다락 깊숙이 놓여진 상자들을 본다.
오래돼서 빛이 바랜 상자들,
마치 자석처럼 지혜를 끌어당기는 듯하다.)
지혜엄마와 아빠의 편지와 일기가 들어있는 상자다. 엄마는 저 편지들을 꺼내보실 때마다 눈물을 흘리셨다. 그때 맡았던 냄새와 깨알같던 글씨들... 그 속에 엄마의 첫사랑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상자로 손을 가져가는 지혜,
망설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상자를 들고 다락에서 내려와 전화를 받는 지혜.)
지혜여보세요.
수경지혜니? 나야, 수경이.
(전화를 어깨에 끼고 상자를 열어 편지들을 보며 통화를 하는 지혜)
지혜아침부터 웬 일이니?
수경며칠 전엔, 정말 미안했다 얘... 상민 오빠한테 말했더니 당장 사과하래잖아. 그 사람 참 마음두 넓지? 상민 오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너한테 너무 미안해서 오늘 미술관에 들렸다가 연극 보러 가는데 같이 갔으면 해서...
지혜야, 너 나 또 들러리 서게 할려고 그러지?
수경아니야, 바보야! 상민이 오빠가 보자는 거야.
지혜정말?
수경정말이라니까...
(수경의 목소리가 잦아들면서 지혜의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지혜(혼잣말)수경이다... 수경인 내 마음을 모른다. 아니 알고 있을 것이다. 난... 수경이와 만나고 있는 상민형을 좋아한다... 사랑한다.
...내가 상민형을 알게 된 건 수경이 때문이다...
2. S#.지혜의 방 (과거)
(문을 여는 지혜.
수경이 호들갑을 떨며 들어온다.)
수경얘, 얘 알아냈어! 알아냈다구!
지혜뭘?
수경연극반에 상민오빠 아이디를 알아냈단 말야, 기집애야.
지혜근데?
수경메일 보내야지! 아주 근사하고 멋진 문구를 찾아야돼. 니가 좀 해줘.
지혜니가 보내는 건데 왜 내가 하냐?
(들고 있던 통닭을 보여주는 수경.)
지혜...
디졸브
(지혜,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고 수경, 닭다리를 혼자 뜯고 있다.)
지혜난 그렇게 거의 두 달 동안이나 수경이 대신 그에게 메일을 보냈다. ...오늘은 벤치 아래 앉아서 책을 보는 오빠를 봤어요. ...마치 그림 엽서를 보는 듯했죠... 등등...
(닭다리를 물고 모니터를 보는 수경.)
수경어머! 유치해!
지혜다시 써?
수경아니! 좋아! 유치해서 좋아!
지혜...!
3. S#.교내극장 (과거)
(객석에서 공연 연습을 하는 상민을 바라보는 지혜와 수경.)
4. S#.지혜의 방 (과거)
(컴퓨터 앞에서 상민에게 보내는 메일을 만들고 있는 지혜.)
지혜그러는 동안 나도 모르게 그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작년 겨울... 공연이 끝나던 날... 수경이는...
5. S#.교내극장 (과거)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객석,
상민에게 꽃다발을 주고 있는 수경.
상민이 미소지으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수경상민오빠! 나 오빠한테 하루도 빠짐없이 메일 보냈어요.
상민...그게 바로 너였어?
수경(끄떡이며) 네!
(지혜가 아쉬운 표정으로 상민과 수경일 바라보다가 일어서며 돌아선다.)
6. S#.태권도장 (과거)
지혜그 후 수경인 연극반원이 되었다. 그와 더 가까이 있기 위해서...
(텅빈 태권도장, 지혜가 혼자 땀을 흘리며 얍!얍! 기합을 지르며 품세를 하고 있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 키키.
지혜, 하던 품세를 멈추고 고양이를 바라보면-)
꼬마땡칠아! 이리와!
(키키, 망설이다가 꼬마 쪽으로 달려간다.)
7. S#.교내극장 (과거)
(배경이 만들어지지 않은 휑한 무대-
무대엔 학생들과 여주인공인 수경이 연극 연습을 하고 있고, 상민이 배우들의 위치를 지정해 주며 연출을 하고 있다.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상민의 모습.)
지혜(나레이션)그를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힌다. 하지만 그는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와 텅 빈 객석의 중간쯤 자리를 잡고 바라보는 지혜.
상민의 모습이 환상처럼 보여진다.)
지혜(나레이션)수경인 그와 만날 때마다 나를 불러내서 자기의 남자임을 과시한다. 오늘도... 난 그를 볼 수 있다... 그를 만날 수 있다.
(무대 위에서 수경이 지혜를 보고 손을 흔든다.
같이 손을 흔드는 지혜.)
상민이것 봐! 죠단은 에밀리가 떠날 걸 이미 알고 있단말야!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과장된 몸짓으로 대사를 했지만 이번은 다르단 거야. 죠단이 위축되어있는 걸 에밀리가 알기 때문에 자신이 떠난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거야! 대사만 읽지 말고 지문도 좀 읽어봐! 알았어? 그럼 다시 해봐!
(수경, 혓바닥을 쏙 내밀고-
말을 하며 지혜의 옆자리로 와서 앉는 상민.
지혜, 긴장을 하고 있다.)
지혜(나레이션)그가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내가 옆에 앉아있다는 걸 모르는 걸까.
(연기자들이 대사를 읊고 있다.)
죠단(과장되게)저 음침한 달빛이 당신의 그림자를 나의 창문에 드리우게 할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상민아냐! 그게 아니잖아! (대사)저 음침한 달빛이 내 창문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죠단은 에밀리가 떠나지만 자신의 집에 와준 것에 대해 한없는 기쁨도 있어! 그 기쁨과 이별에 대한 슬픔이 교차하는 거야! 좀 더 사실적으로!
(다시 연기를 하는 배우들.
지혜에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무대만 바라보고 있는 상민.
지혜, 곁눈질로 상민을 바라본다.)
지혜(눈에 힘을 주며)나는 주문도 외워본다... 돌아봐라! 돌아봐라! 얏!
(상민, 무심코 지혜쪽을 보자
지혜,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있다가 얼굴이 빨개지며 모른 척 외면한다.
앞만 보며 눈을 깜빡거리고 있는 지혜)
상민(무대 쪽을 향해 벌떡 일어서며) 좋아, 하지만 어깨에 힘을 좀 더 빼봐!
(가슴이 콩당콩당 뛰는 지혜.)
상민약간은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들게... 그리고 에밀리!
수경네!
상민대사를 하기 전에 두어 번 정도 망설임을 주라고 했잖아! 죠단을 보고 말을 하려다가 돌아서고...
수경(망설이다가 돌아서는 행동을 하며)이렇게요?
상민그래, 그렇게! 좋아!
(배우들이 대사를 하고-)
상민(조그만 소리로 혼자서)음악!
(이어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에 맞춰 지휘하듯 손을 움직이는 상민을 바라보는 지혜.
상민은 지혜가 바라볼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듯 곧바로 무대로 올라가서 연기자들과 이야기를 한다.그때, 자기 차례를 끝낸 수경이 지혜의 옆자리로 다가와 앉는다.)
수경상민이 오빠, 참 멋있지? 난 저렇게 일에 빠져 있는 사람이 좋아.
(상민의 흉내를 내고 있는 수경)
수경(상민처럼) 아냐! 그게 아니잖아! ...저 음침한 달빛이 내 창문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지혜에게) 너무너무 멋있지 않니? 이 손짓, 이거... 우와, 이거!
지혜...! (밥맛!)
수경아참, 그리구 얘, 너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어.
지혜...?
수경조명하는 형인데, 참 착해, 천문학과 복학생인데 참 재주가 많아, 모르는 게 없어. 집두 굉장히 부자래. 잘 생겼어, 얘!
지혜그럼 니가 만나지 그러니?
수경난 상민 오빠 있잖니.
(수경을 흘기는 지혜.
다시 지혜의 옆자리로 오는 상민)
수경상민 오빠! 지혜 알죠? 여기 처음에 나랑 같이 왔던 애.
상민(고개를 내밀어 지혜를 보며)응. 오래간 만이야.
(상민, 지혜가 인사를 할 틈도 주지 않고 무대를 주시한다.
어쩔 수 없이 어정쩡 인사를 하는 지혜.)
상민(무대를 보며)그리고 수경아, 극장에서는 오빠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수경알았습니다아.
지혜(소리)그는 많은 여자들이 좋아한다. 수경이 뿐만 아니라...
8. S#.매점(과거)
(상민이 테이블에 앉아서 컵라면을 먹고 있다.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는 지혜.
점원 아가씨가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다.)
지혜(소리)노처녀인 학생회관의 점원 언니도 그만 보면 넋을 잃고 만다.
학생1컵라면 둘이요.
(점원 아가씨는 상민에게 취해서 듣지 못한다.)
학생1(점원의 귀에다 크게)컵라면 둘!
(깜짝 놀라서 소리치는 점원.)
점원콩나물 둘!
학생...?
아줌마...? 콩나물은 왜 찾아? 여기가 시장이냐, 슈퍼냐?
(얼굴이 빨개지는 점원.
상민이 씨익 웃으며 컵을 버리고 나간다.
창가로 나와 멀어지고 있는 상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점원.)
점원(지혜에게)난 저 학생이 참 좋더라... 나이만 어렸어두...
지혜(소리)그렇게 해서 그 언니는 별명이 콩나물이 되었고, 이젠 누구나 컵라면을
콩나물이라고 부른다.
9. S#.교내극장(얼마전)
(지혜와 수경이 객석에 앉아 연출을 하는 상민을 보고 있다.)
지혜(소리)난 남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 체질인데...
(지혜에게 다가오는 석우.)
석우지혜씨죠? 조명 담당하는 박석우라고 합니다. 천문학과 4학년이구요. 반갑습니다.
...옆에 앉아도 되죠?
(고개를 끄떡이는 지혜.)
수경(일어서며)잘해봐!
(눈을 찡끗거리며 뒤쪽으로 가는 수경.)
지혜(쑥스러워서)수경아, 어디가아?
(무대에서는 상민이 객석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석우와 지혜를 흘깃 본다.)
상민(신경질적인 투로)수경아! 너 어디로 가니? 다음 니 차롄데.
수경(지혜에게 혀를 쏙 내밀며)예!
(무대로 뛰어가다가 엎어지는 수경, 후다닥 일어나 다시 뛰어간다.)
지혜...!
10. S#.술집(며칠 전)
(까페의 무대 위에서는 두 남자가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Bob Dylan의 What was it you wanted를 부르고 있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문학과 연극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상민.
넋을 잃고 바라보는 수경.
지혜는 수경과 상민을 번갈아 바라본다.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상민.)
지혜(상민에게 취해있는 수경에게) 너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니?
수경(턱을 괸 채)하나도 몰라. 모르는 말 뿐이야. 그래서 좋아. 너무너무 좋아!
(별안간 지혜를 홱 쳐다보며)
수경얘 너, 상민 오빠가 맨날 아는 얘기나 하고 있어봐라. 넌 재밌겠니?
(다시 턱을 괴는 수경.
그러다 지혜를 홱 노려보는 수경.)
수경야, 너 그렇게 눈치가 없냐? 이때쯤이면 자리 좀 비켜줘야 하는 거 아니니? 지혜...!
(화가 나서 일어나는 지혜.)
지혜미안해! 눈치가 없었어...
(지혜 나가는데, 테이블로 오던 상민이 지혜에게-)
상민아니, 가려구? 왜 벌써 가? 같이 한잔 해야지.
지혜전 술 약속이 있어요... 남자 친구하구요...
수경너 술도 못 마시잖아, 남자친구도 없구?
지혜...잘 마셔!
(테이블의 술잔을 집더니 원샷해버리는 지혜)
지혜남자친구도 있구!
(머리를 곧추세우고 홱 돌아서 가는 지혜.
나가다가 문에 쿵 부딪히더니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문으로 나간다.)
상민...!
11. S#.지혜의 집안
(신경질적으로 상자를 닫는 지혜)
지혜난 가끔 수경이한테 나도 상민형을 좋아하니까 양보하라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건 친구로서 도저히 못할 짓이라고 생각한다. 수경이가 하는 짓은 밉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상자를 들어 다시 다락방으로 가져가는 지혜.)
지혜난 그후 더 이상 들러리나 서는 짓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오늘... 그를 만날 수 있다. ...
(다락방을 나와 문을 닫는 지혜.
고양이가 담벼락을 타고 와 마당으로 내려와 기웃거린다.)
점프컷-
고양이에게 우유를 주는 지혜
고양이가 할짝할짝 핥아막는다.
옆에 쪼그려 앉아서 바라보는 지혜.)
지혜이 고양이에게 내가 지어준 이름은 키키다. 꼬마마녀 키키에 나오는 고양이처럼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먹이를 얻어먹거나 잠을 자고 사라지기 때문에 사람들마다 이름을 다르게 부른다.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는 지혜의 뒤로 빠르게 다가가는 카메라.
지혜, 뒤돌아 본다.
점프컷-
다시 다락방문을 열고 상자에 손을 가져가는 지혜.
마치 깨지기 쉬운 물건이 든 것처럼 조심스럽게 들어 침대에 내려놓는 지혜,
그렇게 조심을 떨었건만 위에 있던 상자가 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일순간 편지들이 쫙 흩어지고-
창문을 통해 들어온 한줄기 바람이 몇몇 편지들을 거실까지 날려
버린다.
그 바람에 일기장이 열리며 페이지들이 후루룩 넘어가고 있다.
지혜가 늘어져 있는 편지들을 내려다보며 한 손은 허리에 짚고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린다.
버릇처럼 머리를 쓸어 올리다 긁적거리는 지혜, 바람은 위로 휙 불어 앞을 가린 머리칼을 넘기고-
편지들을 다시 수습하는 지혜.
창문을 닫고,
봉투들을 보면-
상자 속에 가득 찬 편지들-
낯익은 글씨체-‘성주희 님께’
그런데, 보낸 사람 이름은 윤태수로 써있다.
편지지를 꺼내보면 안엔 또 ‘오준하’의 이름으로 되어있다.
갸우뚱거리는 지혜.
그리고 준하의 일기장-
편지지를 훑어보는 지혜.
깨알같은 글씨들이 펼쳐진다.
조심스럽게 소리내어 첫줄을 읽어보는 지혜.)
지혜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생량한 바람이 가을을 예고해 줍니다. 그 바람을 편지지에 실어 당신에게 보냅니다....
(시큰둥해지는 지혜)
지혜생량한? ...바람을 편지지에 실어 당신에게 보냅니다? ... 유치해! ...음... 좋아, 클래식하다고 해두지 뭐...
(순간, 창문이 저절로 열리며 한줄기 바람이 불어 편지와 지혜의 얼굴을 핥듯이 스쳐간다.
마치 긴 세월을 편지봉투 속에 숨어있던 바람이 잠을 깬 듯한 느낌이다.
지혜의 머리 위에서 들리는 후드득 소리-
위를 올려다보는 지혜-
열려진 창문으로 날아 들어온 비둘기 한 마리,
집안을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털이개를 들고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비둘기를 내쫓는 지혜.
창 밖으로 다시 날아가는 비둘기-
타임 컷-
지혜가 편지들을 정리하고 있다.
창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비둘기 한 마리.
지혜, 비둘기를 보며 인상을 험악하게 긁으면-
비둘기가 겁먹은 듯 후두둑 날아가 버린다.
미소를 지으며 소인을 보고 날짜별로 정리를 하고.
커피를 타려고 렌지 위에 물을 올려놓고 불을 켠다.
1971년 소인이 찍힌 누런 편지들.
지혜, 편지들을 정리한 다음 일기장을 집어든다.
물이 끓어 김이 푹푹 넘치는 주전자-
바로크 음악이 끼여들며-
주전자를 보고 깜짝 놀라는 지혜,
펄펄 끓고 있는 주전자를 들다가 뜨거워서 어쩔 줄 모른다.
커피에 물을 붓는 지혜-
타임컷-
커피를 마시며 준하의 일기장을 여는 지혜.
안에 누렇게 바랜 사진 하나가 거꾸로 보인다.
사진을 똑바로 돌려놓는 지혜.
교복을 입은 준하가 창가에 턱을 괴고 있다.
이어, 사진이 현실처럼 바뀌며-)
12. S#.준하의 학교 등사실(1971년)
준하한마디 대화를 나눈 적도 없던 태수가 느닷없이 나를 찾아왔다. 내가 친구들의 편지를 대필 해준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이다.
(창가에 턱을 괴고 앉아있는 준하의 뒤로 얼굴에 멍자국이 있는 태수가 다가온다.
태수는 키가 크고 깡말라서 병약해 보이고 눈매에도 의욕이 없어 보인다.)
태수오준하!
(돌아보는 준하.)
태수편지 좀 써 줘.
준하누구?
태수(관심없다는 듯)약혼녀야.
준하약혼녀?
태수아버지 친구의 딸이야. 어렸을 때 자기들 멋대로 맺어놓은 거지...
준하좋겠다, 넌. 따로 여자를 사귀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태수피곤해... 난 한 여자만 사귀자는 주의가 아니거든... 답장이 오면 검사까지 하겠대... 비밀을 탐지하자는 수작이지... 어쩜 그렇게 중앙정보부 하는 짓하고 똑같은지 몰라.
(거울을 보며 배지를 일부러 삐뚜로 돌려놓으며 이야기하는 태수,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던져준다.
사진이 준하의 앞에 떨어지고, 준하가 내려다본다.
주희의 얼굴.
준하는 마치 감전이 된 것처럼 놀란다.
준하의 눈망울에 가득 차고 있는 주희의 사진.)
태수이쁘지? 그래도 이만한 얼굴이니까 편지 한 번 띄워보겠다는 거야. 공화당 의원의 딸이라면 안 봐도 고리타분하겠지?
(화면 가득 차는 주희의 사진.
준하, 추억이 회오리바람처럼 일고 있음이 역력하다.)
준하사진 속의 얼굴이 바로 그녀였다니...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디졸브-
13. S#.냇가
(친구들과 고기를 잡으며 떠들고 있는 준하.)
친구1임마! 잘 좀 몰아! 니 다리 사이로 다 빠져나가잖아! 도시놈 티내지 말고...
친구2수원도 도시냐? 서울이나 도시지.
준하그래도 도청 소재지다.
(풀섶을 발로 차며 열심히 고기를 모는 준하.
친구들이 그물을 들면 거머리와 물장군, 방게, 작은 송사리들만 파닥거리고 있다.)
친구2안되겠다. 니가 그물 잡아라. 내가 몰께, 잘봐!
(고기를 모는 친구2.
준하와 친구1이 그물을 잡고 냇물을 훑어간다.
그때, 뚝방 위로 달구지가 지나가고 있다.
달구지 위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주희.
준하는 고기를 잡다말고 주희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달구지 위에서 흔들거리며 준하쪽을 보고 있는 주희.)
친구1임마! 뭐하는 거야!
(준하의 시선을 보더니 몸을 일으켜 달구지를 보는 친구1, 2)
친구1성영감네 손녀래... 수원에서 왔다고 그러던데... 맞아, 너도 수원이잖아?
준하응...
친구1우린 저런 애 꿈도 못꾼다. 성영감 아들이 국회의원하잖아.
친구2그럼 국회의원 딸이네?
친구1그걸 말이라고 하냐, 촌놈아? 벌써 얼굴이 하얗고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게 우리하고 달라.
(친구들이 말을 하는 동안, 준하는 그녀에게 넋을 잃은 듯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흔들어 본다.
달구지 위의 주희도 손을 흔들어준다.
준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고-
손을 더 세차게 흔든다.)
친구1와! 손을 흔들었어! 우리도 흔들자!
(친구1과 친구2도 손을 흔들어 준다.
손을 흔드는 준하와 주희.
달구지가 뚝방 너머로 사라지자 준하는 뚝방 위로 올라가 그녀를 바라본다.
준하, 마치 모세가 신을 본 듯한 얼굴-
주희가 탄 달구지가 멀어지고 있다.)
14. S#.성영감의 집 앞
(저녁무렵-
솟을대문이 높은 전통 기와집.
준하와 친구들이 그물을 메고 지나가고 있다.
열어놓은 대문 안으로 평상에서 수박을 먹는 주희와 성영감의 가족들이 보인다.
준하, 지나면서 주희를 바라본다.
귀신 이야기를 듣는 듯 몸을 움츠리는 주희.
이야기를 듣다가 시선을 의식하고 준하를 바라보는 주희.
준하, 어색해서 손을 대강 들어 보인다.
미소로 답하는 주희.)
-디졸브-
15. S#.들판
(나무 아래에 소들이 매어져 있고,
준하와 친구들이 삽으로 쇠똥을 파헤치며 쇠똥구리를 잡고 있다.
쇠똥을 묻히며 구멍을 헤쳐서 쇠똥구리를 집어 올리는 준하.)
준하와! 잡았다. 이놈 큰데? 소똥을 많이도 먹었군.
(그때, 여자친구와 같이 지나던 주희, 그들을 본다.)
주희...?
여자뭘 보니? 쇠똥구리잖아.
주희쇠똥구리? 어머, 난 한 번도 못 봤어!
(준하 쪽으로 다가오는 주희.)
준하이거 가지실래요?
(주희에게 쇠똥이 묻은 손으로 쇠똥구리를 내미는 준하.
주희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민다.
준하와 주희의 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여자얘, 소똥 좀 봐라. 더럽다.
(웃으며 손을 다시 당기는 주희.)
주희(준하만 듣게 속삭이듯)강 건너에 귀신이 나온다는 집 알아요?
준하(뒤의 친구들을 의식하며)예? ...예.
주희거기 데려가 줄 수 있어요?
준하네!
주희노 저을 줄 알아요?
준하네!
주희그럼 내일 열 두시에 쪽배가 있는 데서 만나요. 알죠?
준하네!
(친구가 다가와 주희를 잡아끌어 당긴다.
달아나다시피 가버리는 주희와 친구.)
여자빨리 가, 소똥에 얼마나 병균이 많은데...
(멀어지고 있는 주희.
그때서야 자신의 손이 쇠똥에 더럽혀져 있다는 걸 아는 준하,
하지만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물어오는 친구들.)
친구1 뭐라고 했냐? 쑥떡인거 같은데...? 역시 도시 놈이 틀리다.
(준하는 대답대신 친구의 얼굴에 쇠똥을 바른다.
놀란 친구도 준하의 얼굴에 쇠똥을 문댄다.
서로 얼굴에 쇠똥을 문질러대며 장난 노는 그들.
준하는 좋아서 우와아 소리를 지르며 뛰어간다.)
-디졸브-
16. S#.강가
(쪽배 하나가 묶여있고-
준하가 기다리고 있다.
그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주희.
준하가 손을 흔들어 준다.
다가오는 주희, 준하가 내민 손을 잡고 배로 올라탄다.
노를 젓는 준하와 뱃머리에 앉아있는 주희.)
주희할아버지가 호기심을 잔뜩 자극시켜놓고선 가보는 건 안된대요. 집이나 시골에서나 감시가 심해요. 꼭 가보고 싶었는데, 누구한테 얘기할 사람이 없잖아요. 이 동네 사람한테 얘기하면 곧바로 할아버지 귀에 들어가거든요.
준하... 저... 오준하에요.
주희어머, 인사가 늦었네요. 전 성주희에요.
준하수원에서 왔어요?
주희네.
준하저도 수원이 집이에요. 외삼촌 집에 놀러 왔어요.
주희어머, 그래요? 우연의 일치네요.
준하필연 아닐까요?
주희...네?
준하아, 아니에요.
(괜히 싱글벙글 웃는 준하.
그런 준하를 보다 웃는 주희.
서로 외면한다.
준하의 눈에 강바람을 맞아 머리칼이 날리는 주희가 더없이 아름다워 보인다.)
-디졸브-
17. S#.폐허
(고래등같은 기와집, 하지만 지붕위로 잡초들이 무성하고 담장도 허물어져 있어서 을씨년스럽다.
몽따쥬- 음악과 함께 디졸브로 이어진다.
이리저리 다니면서 구경을 하는 주희와 준하.
집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반대편으로 걷다가 찢어진 창호지 사이로 서로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둘.
두려움을 느낀 주희가 얼른 준하 곁으로 달려온다.)
주희진짜 귀신이 있어요? 귀신 본 적 있어요?
준하그럼요. 전 매일 봐요.
주희네에?
준하거울에서요.
(눈이 똥그래지는 주희)
준하사실 내가 귀신이에요. 히히히!
(준하가 복화술사처럼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귀신 소리를 낸다.)
주희엄맛!
(달아나는 주희.
준하가 귀신 소리를 내며 쫓아간다.
이어 같이 걸어오며 집구경을 하고 있는 둘, 준하가 또 귀신 소리를 낸다.
주먹으로 준하를 툭 치는 주희.
준하, 맞으며 또 그 소리를 내고-
준하를 흉내내서 귀신 소리를 내보는 주희.
주희가 잘 못하자 잘 보라며 귀신 소리를 내는 준하.
주희가 진지하게 반복해서 따라하고 있다.
다시 헛간을 구경하는 둘, 낡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깜짝 놀라서 준하에게 안기는 주희.
다시 보면 거울이다. 거울 속엔 둘이 포옹을 하고 있고-
어색해지는 둘, 주희가 고개를 떨구고 돌아선다.
그러다 그녀 앞에 서있는 부랑자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는 두 사람.
두 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대문을 박차고 나오다 엎어진다.
쫓아 나오며 깔깔대고 웃는 부랑자.
엎어진 채 서로를 보고 웃는 둘.
이어, 두 사람이 가는대로 따라 다니는 부랑자.
부랑자를 피해서 담장 옆에 숨어서 보는 주희와 준하.
부랑자는 어느새 두 사람 뒤에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깜짝 놀라 웃으며 달아나는 준하와 주희.
이어, 부랑자가 살구나무에 올라가 살구를 따서 던져주는 장면-
우물가에서 살구를 씻어서 먹는 세 사람.
바보에게 손을 흔들며 집을 떠나는 두 사람-
하늘이 검게 변하더니 멀리서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며 비를 뿌리는 모습이 보인다.
두 사람을 덮치는 빗줄기-
준하, 얼른 웃옷을 벗어 주희에게 쏟아지는 비를 가려준다.
웃옷으로 비를 가린 채 달려가는 주희와 준하.)
18. S#.강가
(매어놓았던 쪽배가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다.
비를 맞으며 허탈하게 바라보는 준하와 주희, 서로를 마주본다.
예전부터 친해왔던 사람들처럼 마주보는 두 사람.
주희가 빗물에 오돌오돌 떨고 있다.
피할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보는 준하.
멀리 원두막이 보인다.
주희의 손을 잡는 준하, 원두막을 향해 뛴다.
뚝방길을 뛰는 두 사람.
뒤따라오던 주희, 넘어져 뒹구르고-
준하, 놀라서 바라본다.
일어서려던 주희, 다시 풀썩 주저앉는다.)
주희다리를 삔 것 같아요.
준하...업혀요!
(망설이는 주희.)
준하어서 업히라니까요!
(등을 내미는 준하.
주희, 준하의 등에 업히고-
준하는 주희를 업고 원두막을 향해 뛴다.)
-디졸브-
19. S#.원두막
(원두막 아래에 앉아있는 지혜와 준하.)
준하소나기에요! 금방 그칠거에요.
(자기 옷을 벗어 꼭꼭 짜서 주희에게 준다.)
준하이걸로 닦아요.
(받아들고 미소짓는 주희.
준하를 바라보며 얼굴의 빗물을 닦는다.
빗물을 닦더니 옷을 내밀어 주는 주희.
준하, 옷을 받아 떨리는 심정으로 얼굴을 닦는다.
다시 물을 짜서 주희를 주는 준하.)
준하... 비가 그치면 강을 따라 나루터로 가야죠. 그럼 배를 탈 수 있어요. 좀 멀지만...
(-점프컷-
비를 맞으며 큼지막한 수박 하나를 들고 뛰어오는 준하,
주희 앞에 놓고 앉는다.
당수를 하듯 쪼개서 주희에게 주는 준하.
주희가 받아들고 한 입 베어 문다.
행복하게 바라보는 준하.)
-디졸브-
20. S#.동.원두막
(수박을 먹으며 수박씨 멀리 뱉기를 하며 웃는 준하와 주희.
이야기를 하며 웃는 두 사람-
비가 멎으면서 하늘이 뚫리고, 빨갛게 물든 석양이 보인다.
해가 서산 너머로 사라지고 있고-)
-디졸브-
21. S#.뚝방길(밤)
(주희를 업고 가는 준하.)
주희저 무겁죠.
준하아니? 하나도 안 무거워요.
주희저 몸무게 많이 나가요. 밥도 많이 먹구요.
준하걱정 마세요. 주희씨 정도는 업고 서울까지라도 갈 수 있어요.
주희공갈!
준하안 공갈!
주희내가 나중에 수원에서 만나면 업어드릴께요.
준하그때까지 살을 빼야겠네요.
(무거워 낑낑 대면서도 행복에 겨워 걷고 있는 준하.
뚝방 아래로 내려가 징검다리를 건너는 준하.
냇가 건너편에 반딧불이 한 떼가 춤을 추고 있다.)
주희와아! 반딧불이에요!
준하처음 보죠?
주희네...저거... 잡을 수 있어요?
(점프컷-
냇가에 앉아있는 주희.
준하가 반딧불이가 놀고 있는 풀섶으로 다가간다.
주희의 눈에 비치는 준하와 반딧불이, 한데 어울려 아름답게 보인다.
준하, 풀잎에 앉아있는 반딧불이를 잡으려다가 냇가에 푹 빠진다.
반딧불이들이 후루룩 날아가고-
주희가 반딧불이가 흩어지는 장면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주희...괜찮아요?
준하네!
(다시 반딧불이를 쫓아 다가가는 준하.
풀잎에 앉은 반딧불이를 두 손으로 살짝 움켜쥔다.)
준하잡았어요!
(모아진 두 손안에 전등을 켠 느낌.
주희에게 달려가는 준하.)
준하손 줘봐요.
(준하에게 두 손을 모아 내미는 주희.
준하가 주희의 손에 반딧불이를 전해준다.
미소짓는 주희와 준하.
손안에 있는 반딧불이를 들여다보는 주희.)
주희와아!
준하자 다시 업혀요.
(다시 주희에게 등을 내미는 준하.)
주희조금 더 쉬세요. 힘들텐데... 일부러 쉬라고 반딧불이 잡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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